눅눅하고 뜨거운 공기를 싫어하는 나는 여름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아침부터 비가 왔던 어느 여름날, 기대를 잔뜩하고 나온 전시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이 사진은 우연히 들렀던 산책로에서의 뜻밖의 행운이었다. 터널 밖에선 느끼지 못했던 뿌옇기만 한 세상이 어두운 천장 아래에서 바라보니 본래의 색을 띄었다. 그 순간 생각했다. 오늘은 이 풍경을 보기 위해 걸어왔구나. 이번 전시 안내문을 보고 사람들의 카메라 뒷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에 대해서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빈티지 카메라를 샀다. 만화 속에서만 표현되는 생생한 감동을 내가 느꼈던 순간,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순간들을 아련하게 담고 싶었다. 앞으로도 내 카메라는 내 마음을 담을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보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