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필름사진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처음 직접 산 카메라인 Pentax 17을 들고, 첫째 딸아이와 함께 충무로 골목을 걸었습니다. 처음으로 필름을 현상소에 맡기러 가던 날이었고, 이 사진은 그때 완성한 첫 롤 중 한 장입니다. 그때는 필름의 특성도, 카메라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었습니다. 결과물을 받아보고는 예상보다 붉고 빈티지한 색감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그 서툰 첫 롤 안에 제가 사진을 계속 좋아하게 된 이유가 담겨 있었습니다. 공주 드레스를 평상복처럼 입고 골목을 걸어가던 아이. 낡은 간판과 복잡한 전선 사이에서도, 아이는 자기만의 방향으로 씩씩하게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에는 딸아이가 언제나 지금처럼 당차게 앞을 보고 세상을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