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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photo by Roy Cheung
『Read Your Photography』에서는 단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만날 수 없는, 사진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cizucu가 주최하는 〈photo poster project〉와 SNS를 통해 모인 작품들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이 탄생한 배경과 그 사람만의 시간을 cizucu 매거진이 12개 언어로 번역하여 전 세계에 소개합니다.
이야기를 마음에 간직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닿아, 아직 만나지 못한 감동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전 세계에서 모인 3인의 작품입니다.
이제, 오직 하나뿐인 이야기를 살짝 들여다보세요.

Photo by YU-HSIN, KUNG
YU-HSIN, KUNG
📚 01
할아버지께서 치매를 앓기 시작한 후, 일상은 조금씩 질서를 잃고, 마음대로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물을 잊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십니다. 때로는 웃음이 나올 만큼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이 사진은 할아버지께서 소파에서 크래커를 드시던 어느 날의 한 장면입니다.
가족들이 각자 목욕을 하거나 방에서 쉬고 있을 때, 할아버지는 몰래 거실로 가셔서 좋아하는 크래커를 꺼내 드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절반 정도를 드신 상태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소파에 앉아 일본 엔카를 듣고 계셨습니다.
들킨 할아버지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먹을래?"라고 권하셨지만, 옷에 크래커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는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셨습니다.
옷에 흩어진 크래커 부스러기는 거실 한켠에서 일어난 작은 재난 같았습니다.
저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아니라, 몸과 손, 그리고 옷에 흩어진 부스러기만을 촬영했습니다. 기록하고 싶었던 것은 ‘치매 환자’로서의 할아버지가 아니라, 병이 어떻게 가족의 일상에 조용히 스며들어 그 질서를 조금씩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돌봄을 이어가는 가족은 때로 그 상황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고, 당황하며, 무력함을 느끼면서도, 결국엔 웃음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 혼란스럽고, 서툴며, 쉽게 정리되지 않는 순간이야말로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진짜 일상이라고 생각합니다.
cizucu 편집부
옷에 흩어진 크래커 부스러기와 포장지를 쥔 손만을 담은 이 한 장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의 분주함과 소중함이 조용히 새겨져 있습니다. 얼굴을 담지 않음으로써, 그 사람을 어떤 직함이나 상황이 아닌, 가족의 시간을 함께하는 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당황하면서도,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순간. 그 서툴고 정리되지 않는 감정이야말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날들의 진짜 모습임을 전해줍니다.

Photo by Roy Cheung
Roy Cheung
📚 02
여행에서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은 지도에 표시된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문득 마주친 골목 어귀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하는 듯한, 그런 평범한 한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날, 저는 나고야성을 방문했습니다. 주변은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조용한 목조 회랑에 발을 들였을 때, 무심코 격자 창 너머를 바라본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깊은 나무색의 처마와 격자가 마치 액자처럼, 햇살을 받은 천수각을 아름답게 프레이밍하고 있었습니다. 청록색 기와는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숨이 멎을 만큼 고요하고 평온한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움직인 것은, 빛과 그림자의 경계에 조용히 서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었습니다.
몸을 약간 옆으로 돌려 창밖을 바라보는 그 모습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추억이나 가슴속에 간직해온 감정을 조용히 안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 순간, 주변의 소란은 마치 음소거 버튼을 누른 듯 사라졌습니다. 나무 프레임에 둘러싸인 그 공간만은, 저만의 시간이 천천히, 한없이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조용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cizucu 편집부
목조 회랑의 어둠에서 격자 창 너머로 나고야성을 바라보는 구도가, 여행지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고요한 고양감을 아름답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관광지의 화려함보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에 선 여성의 옆모습에 시선이 머물며, 그곳에 흐르던 시간과 가슴에 간직된 기억까지 상상하게 만듭니다. 소란에서 조금 떨어진 한 구석에서, 우연히 마주한 풍경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시선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Photo by 평일
평일
📚 03
얼굴을 가린 손은 타인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제 자신의 손입니다.
사진 속의 나와, 사진 밖에 있는 나는, 내가 겪은 아픔을 정말로 말하고 싶은지, 아니면 끝까지 말하고 싶지 않은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타인의 것처럼 보이는 내 손에 얽매여, 저는 여전히 많은 것을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는 타인에 의해 생기지만, 그 후에는 자신의 내면에서 수없이 반복된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 셔터를 눌렀습니다.
cizucu 편집부
얼굴을 가린 손이 자신이면서도 자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불안정함이 이 작품에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말하고 싶은 마음과, 말하지 않은 채로 있고 싶은 마음. 그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는 감정이, 표정을 감추는 몸짓을 통해 조용히 표현된 듯합니다. 아픔은 과거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수없이 형태를 바꿔 나타나는 것. 그 무게를 소리 높여 외치지 않고, 침묵 속에 가둔 한 장입니다.
어떠셨나요?
비주얼만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매력에, 우리는 계속해서 주목하고자 합니다. 『Read Your Photography』는 사진의 이면에 담긴 생각과 감정에 주목하고,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 위한 기획입니다.
사진에 담긴 것은 아주 짧은 순간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분명히 흘러온 시간과, 말로 다하지 못한 감정이 있습니다.
부디 사진을 읽듯, 그리고 책장을 넘기듯, 음미해보시길 바랍니다.
cizucu의 〈Threads〉에서 가끔씩 올라오는 “사진의 테마”.
그 테마에 어울리는 “당신의 한 장”을 리플로 남기기만 하면 됩니다.
참여 조건은 단 하나, cizucu의 SNS를 팔로우하는 것💙
제출해주신 작품 중에서,
선정된 분께는 cizucu 편집부에서 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Read Your Photography』에서는 cizucu가 주최하는 〈photo poster project(ppp)〉의 출품작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ppp는 여러분의 나라에서도 개최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진을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이어지는 만남이 지금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30 매거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만날 수 없는, 사진 뒤에 숨은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cizucu가 주최하는 photo poster project와 SNS를 통해 모인 작품들과 함께, 그 이야기를 전 세계에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