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사랑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들려주는, 카메라와 그에 얽힌 이야기. ‘애기(愛機)’라는 존재에는 각자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연재에는 〈Minolta X300〉를 애용하는 白霜이 등장합니다.
필름카메라는 지금 다시 많은 젊은 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디지털에는 없는 손맛과 한 장 한 장을 소중히 담아내는 감각. 그 불편함마저 사랑스러운 세계 속에서, 白霜은 ‘사진가’로서의 삶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시작하는 마음은 모두 미신이다”
한국 시인 이현호의 시 한 구절을 마음에 품고, 白霜은 자신의 원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특별한 재능이나 이력이 아닌, ‘왠지 모르게 끌렸던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 이야기였습니다.
〈Minolta X300〉 기본 정보
〈Minolta X300〉는 1980년대 미놀타에서 출시된 35mm 필름 SLR 카메라입니다. 기계식 조작감과 전자 제어를 균형 있게 결합한 모델로, 지금도 필름카메라 입문기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시작은, 아주 작은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시작하는 마음은 모두 미신이다” 한국 시인 이현호의 〈첫사랑에 대한 소고〉 라는 시 구절입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미신에 대한, 시작에 대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대학 전공도 아니고 경력도 없던 저를 사진가로 만들어 준 저의 첫 번째 카메라, ‘프레디’의 이야기기도 합니다.

Photo by 白霜
솔직히 드라마틱한 계기는 없습니다.
남들처럼 핸드폰으로 일상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던 제게 어느 날 조금 더 욕심이 생겼을 뿐이죠. 쉬운 자동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 대신 수동 필름 카메라를 들인 건, 이왕 시작한다면 잘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튼튼한 바디감으로 입문자들의 사랑을 받는 미놀타 시리즈가 여러 조건에 맞아서, 그렇게 첫 카메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Photo by 白霜
“프레디”라는 이름
“프레디”는 제가 좋아하는 저널리즘 영국 드라마 〈The Hour〉 속 ‘프레디 라이언’이라는 기자의 이름입니다. 일 중독에 능력은 좋지만 까칠하고 관계에 서툰 고양이 같은 인물로, 카메라를 살 당시 제가 푹 빠져 있었기에 그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Photo by 白霜
카메라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에, 실망할 준비를 하고 나갔던 “프레디”와의 첫 출사는 놀랍게도 성공적이었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허투루 일하는 법이 없는 드라마 속 “프레디”처럼, 카메라는 서툰 제게도 멋진 풍경과 근사한 경험을 안겨 주었습니다.
36컷 필름 한 통을 하루 만에 다 써버리던 날들
저는 프레디와의 삶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촬영을 떠나 하루 만에 36컷 필름 한 롤을 모두 써버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매주 프레디와 함께 엮어낸 사진들을 받아보며, 사진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점점 더 깊어졌습니다. 그저 순수하게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Photo by 白霜
사진이 인생을 바꿨다
약 5년이 흐른 지금, 저는 한국에서 사진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을 거라고 여겼던 시간이 무색하도록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을 비롯한 cizucu 매거진의 독자분들께 제 사진을 보여 드리고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저라면 상상하지 못했을 일입니다.

Photo by 白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 앞에 ‘늦었다’고 말합니다. 또는 ‘준비가 안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기억하세요. 시작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미신 같은 마음으로 충분합니다. 이 이야기가 여러분의 등을 밀어 주길 바라며 응원을 보냅니다.

Photo by 白霜
2026년 여름. 한국에서.
진심을 담아. 백상(白霜) 드림.

白霜
Photo Journalist
cizucu:白霜
Instagram:@rimewite_ja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