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ver photo by filmtaaabooo777
〈BUMP OF CHICKEN〉의 『기념촬영』은 ‘기념’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살며시 뒤집는 듯한,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노래입니다. 이 곡에는 렌즈, 셔터, 초점 등 사진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들이 등장하지만, 그 안에 담기는 것은 물리적인 사진이 아닌 ‘그날의 마음속 풍경’입니다.
누군가와 함께한 시간, 문득 떠오른 몸짓, 침묵 속의 무언가…. 그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우리 안에 남아 있는 ‘내면의 사진’입니다.

Photo by _kai_photograph
렌즈 너머에 있는, 움직이지 않는 풍경
“손바닥 위의 움직이지 않는 풍경 속에서 우리가 나를 보고 있다”——이 구절은 기억이라는 이름의 프레임에 담긴 자신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현실의 사진은 ‘외부 세계’를 기록하지만, 『기념촬영』의 렌즈는 오히려 내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마치 과거의 자신이 마음속 카메라로 셔터를 누르고, 현재의 자신을 조용히 바라보는 듯한, 시간을 초월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셔터 소리가 울리지 않는 기록
“멈춰서 기다린 셔터 렌즈 앞에서 나란히”라고 노래하듯, 이 곡에는 사진을 찍는 ‘포즈의 순간’이 상징적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매우 즐겁고, 교묘하며, 너무나 눈부셨던” 기억이며, 실제로 사진에 담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Photo by aoneko355
그것은 ‘찍히지 않아도 기념이 되는’ 음악만의 사진관입니다. 감정이나 공기, 심지어 침묵까지도 새기는 것이 마음의 셔터임을 알려줍니다.
기록이 아닌, 연결로서의 사진
가사의 마지막에서 “상상이 아닌 미래에 서서 나만의 어제가 쌓여가도”“변하지 않는 풍경 속에서 여기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듯, 이 곡에서의 ‘기념촬영’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와 연결되기 위한 기억’입니다.

Photo by Shimakou
사진처럼, 되돌아보는 것으로 현재와 과거를 다시 연결합니다. 음악 또한 기록이라기보다는 ‘재연결’의 매체임을 조용히 이야기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