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작년 여름, 교토의 한적한 길가에 서 있던 붉은 우체통을 기억합니다. Cinemot SantaCruz 200D의 거친 질감 속에 담긴 이 장면은, 당시에는 그저 흘러가는 여행의 한 조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약품을 섞어 현상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스캔하여 이 붉은 우체통을 다시 마주했을 때, 그 평범했던 하루는 비로소 저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그날'이 되었습니다.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고 촬영부터 완성까지, 온전히 제 호흡으로 해낸 생애 첫번째 결과물. 저에게 그날은 사진을 단순히 찍는 것을 넘어, 제 손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한 첫 번째 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