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컴팩트 디지털카메라’라 불리는 2000년대 초반에 출시된 디지털카메라. 언뜻 보면 구식 기계처럼 보이지만, 사실 감각 있는 젊은 세대의 필수 아이템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신기한 현상이다. 조작성도 좋고 선명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고성능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굳이 자신이 태어나기 전이나 어린 시절에 출시되어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을 ‘올드 컴팩트 디지털카메라’를 선택하는 이유. 이번에는 Z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올드 컴팩트 디지털카메라’가 주목받는 이유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어머니의 카메라, 그 시절의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면
시대는 아직 헤이세이(平成)였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가던 놀이공원, 동물원, 수족관. 유모차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 동생, 당황한 어머니, 그 고생을 모른 채 뛰어다니는 나. 그런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뒤따라오는 아버지.
힘든 소풍이 끝나고, 누군가에게 부탁해 찍은 가족 단체사진. 그 한 장의 사진에는 그날의 기억이 영상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
Image by sentimental_jong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사진과 영상을 손쉽게 촬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의 사진에는 지금의 사진에는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껴진다. 감정의 깊이나 노스탤지어라는 말로 쉽게 포장할 수 있지만, 한마디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각자에게 특별한 사진 경험일 것이다.
노스탤지어의 감각은 국경을 넘는다
올드 컴팩트 디지털카메라가 유행하고, 오래된 사진이 지닌 노스탤지어를 즐기는 문화는 일본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BBC(영국방송협회)의 ‘Digital cameras back in fashion after online revival(온라인 부흥으로 디지털카메라가 다시 유행)’ 기사에서는, 부모님의 오래된 장비를 사용해 이미지와 영상을 제작하는 뉴욕 브루클린 거주 크리에이터 케이티 글래스고를 인터뷰했다. 그녀는 올드 컴팩트 디지털카메라의 매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올드 컴팩트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추억처럼 보입니다. 흐릿하고 불완전하기 때문이죠. 그것은 우리가 사물을 기억하는 방식에 더 가깝게 보입니다. 2000년대 전성기 당시 이 카메라들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이것은 일종의 ‘향수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아래는 원문
"It looks like memories, because it's blurry and imperfect. It looks more like how we remember things, For younger people, who will have virtually no recollection of these cameras in their 2000s heyday, this opens up a kind of "nostalgic world"
(BBC 인터뷰, 2023년 2월 6일)
어쩌면 같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때로 언어보다도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줄지 모른다. ‘그 시절’의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이미지가 국경을 넘어 공통의 노스탤지어를 만들어내고 있는 듯하다.
10년 후의 노스탤지어
Image by usubafilm
이번에는 올드 컴팩트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통분모가 생겨난다고 고찰해보았다.
어쨌든 오늘의 카메라도 미래의 사람들에게는 다시 과거의 ‘올드’ 카메라가 될 것이다. 그때도 과연 노스탤지어라는 감정이 생겨날까. 1억 화소를 넘는 카메라가 등장하고, 인간의 눈으로도 볼 수 없는 부분까지 사진에 담아내는 시대다. 케이티 글래스고가 말했듯이 ‘흐릿하고 불완전한 표현’을 원한다면, 오늘날의 카메라는 노스탤지어를 느끼기엔 너무 완벽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카메라 기술의 진화와 함께 우리의 감각도 변화하여, 오늘의 사진을 노스탤지어로 받아들이는 날이 올까. 어쨌든 10년 후, 다시 오늘 아침 찍은 사진을 되돌아보는 것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