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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zucu ·

Cover photo by tk
“비는 밤이 깊어지면 눈으로 바뀌겠지.”
야마시타 타츠로의 Christmas Eve 가사를 떠올리면 비가 눈으로 바뀌는 밤을 상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남쪽 나라의 따뜻한 도시에서는 아무리 밤이 깊어져도 비가 눈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도 거리에는 트리가 서고 크리스마스 불빛이 켜집니다. 그 곁을 반소매 차림의 사람들이 지나고, 저편에는 야자수가 늘어서 있죠. 눈이 없다고 아쉬워하는 건 어쩌면 우리뿐인지도 모릅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하얀 입김과 두꺼운 코트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이번에는 그 익숙한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고 싱가포르와 방콕의 거리로 향해 봅니다. 따뜻한 도시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걸어 볼까요?
싱가포르의 물가를 따라 파란빛을 내는 트리 모양 장식이 줄지어 있습니다. 그 뒤에는 야자수가 서 있고, 시선을 더 높이면 Marina Bay Sands가 보입니다. 크리스마스 조명과 열대 도시의 풍경이 한 화면에 담겼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야자수도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 단체 사진에 끼어든 듯합니다.
사진: HIROKI
장식만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크리스마스 풍경입니다. 하지만 주변의 식물과 건물까지 살펴보면 이곳만의 분위기가 드러납니다. 익숙한 소재도 무엇과 나란히 놓이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집니다. 사진에는 이런 조합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방콕의 One Bangkok에서는 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트리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옆 건물 유리에도 트리가 비쳐 빛이 거리 한쪽으로 번지는 듯합니다. 아래에 선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그 크기가 더욱 실감 납니다. 약속 장소로는 좋아 보이지만, “트리 아래에 있어”라는 말만으로는 한참 더 헤맬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 masashi7069
트리를 구경하는 중인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인지. 사람들의 모습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상상하게 됩니다. 크리스마스 풍경을 만드는 것은 장식만이 아닙니다. 그 곁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장면에 활기와 온기가 더해집니다.
같은 방콕이라도 골목에 들어서면 또 다른 표정이 보입니다. 소이 카우보이에서 촬영한 이 사진에는 머리 위 트리에 은빛 장식과 빨간 리본이 걸려 있고, 그 아래로 간판과 전선, 파라솔이 겹쳐 보입니다. 거리에는 오토바이와 사람들도 있어 크리스마스 장식과 평소의 일상이 바로 곁에 놓여 있습니다.
사진: masashi7069
잘 정돈된 광장의 트리와 달리,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 듯합니다. 크리스마스가 왔다고 해서 전선이나 오토바이더러 잠시 비켜 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반소매 차림의 사람도, 늘 보던 간판도 그대로 한 화면에 담겼습니다. 특별한 날을 맞으면서도 일상은 계속됩니다. 그 겹침 속에 이 도시다운 모습이 드러납니다.
사진: tk
산타 옷을 입은 아이들입니다. 한낮의 햇빛 아래에서는 빨간 옷과 초록 나무의 조합이 특히 눈에 들어옵니다. 산타도 늘 야간 근무만 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화려한 조명이 없어도 꼬마 산타들의 모습만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사진 속 장면은 호화로운 행사라기보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는 한때에 가깝습니다. 어디로 가는 걸까, 어떤 목소리가 들릴까. 사람들의 움직임에 눈길을 주면 계절 풍경은 그저 바라보는 장면을 넘어 그곳의 시간까지 상상하게 합니다.
야자수길 곁의 불빛, 커다란 트리 주변에 모인 사람들, 평범한 골목을 꾸민 장식. 싱가포르와 방콕의 사진에는 설경과는 다른 크리스마스가 담겨 있었습니다.
같은 트리와 빨간 옷도 주변 풍경이 달라지면 계절을 느끼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사진을 볼 때 주인공의 바깥쪽까지 천천히 살펴보면 어떨까요? 식물과 옷차림, 거리의 모습을 발견하다 보면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풍경”도 조금 더 자유로워질지 모릅니다.
남쪽 나라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나니 일본의 겨울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야자수 아래에서 바라보면 눈 소식이 들려오는 일본은 의외로 “북쪽 나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