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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목받는 크리에이터 Chang-Ching “Casper” Su가 답하는 ‘10가지 질문’ | ISSUE #277

By cizucu · 2026년 8월 31일

시리즈 『포토그래퍼에게 묻는 10가지 질문』
미국의 주목받는 크리에이터 Chang-Ching “Casper” Su가 답하는 ‘10가지 질문’ | ISSUE #277

©︎ Chang-Ching “Casper” Su

미국의 주목받는 크리에이터 Chang-Ching “Casper” Su가 답하는 ‘10가지 질문’ | ISSUE #277

©︎ Chang-Ching “Casper” Su

독자적인 시선으로 사진 표현을 탐구하는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창작의 출발점과 사유, 제작 과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전 세계 포토그래퍼와 사진 미디어에 새로운 영감을 전합니다.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과 대만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Chang-Ching “Casper” Su의 창작적 원점, 그리고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유와 관점. 이를 오늘날의 언어로 기록하고 아카이빙하는 일은 앞으로의 사진 문화를 떠받치는 하나의 축이 될 것입니다.
이번 ‘10가지 질문’을 통해 그의 표현이 형태를 갖추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봅니다.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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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Ching “Casper” Su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과 대만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국립대만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사진 전공 MFA를 취득했다. 현재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캠퍼스 Communication Arts 박사과정에 재학하며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를 넘나들면서 환경 지정학, 국경, 가시성, 어둠을 탐구하고 있다.

Instagram : @asas.12348

Q1.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현재의 활동에 대해 들려주세요.

제가 사진을 시작한 계기는 정치학을 공부한 것이었습니다. 정치학에서는 제도가 권력을 어떻게 설명하고 형성하는지를 배웠습니다. 반면 카메라는 공적인 언어만으로는 온전히 포착할 수 없는 것들에 시선을 돌리게 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의 몸짓과 그 장소의 분위기, 모순, 그리고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정치적 아이러니 같은 것들입니다. 공적 언어가 자연스럽게 가려버리는 것을 사진은 수면 위로 드러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제게 사진은 단순히 논의를 설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아직 보이지 않는 질문과 논의를 발견하는 방법이 되어갔습니다.

현재는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캠퍼스의 Communication Arts에서 아티스트이자 연구자로 활동하며 대만과 미국 중서부를 오가고 있습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는 마쭈 열도 주변을 오가는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내뿜는 녹색 LED 빛을 추적합니다. 그곳에서 빛공해는 생태, 관광, 그리고 양안 정치의 문제로 동시에 변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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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g-Ching “Casper” Su

사진뿐 아니라 영상, 사운드, 파운드 오브제, 설치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을 활용합니다. 카메라는 대개 리서치의 출발점이 됩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Q2.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나 주제는 무엇인가요?

제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의 이면에 문제나 불편함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시작됩니다. 특히 빛과 국경, 그리고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이지 않게 하는가’에 관여하는 기술에 끌립니다.

누가 빛을 받고, 누가 보이지 않는 상태로 남을 수 있는가. 그리고 풍경이 이미지로 소비될 때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이는 누구인가. 이러한 질문들이 제 작품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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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g-Ching “Casper” Su

마쭈에서는 멀리 있는 어선단이 바다를 형광 녹색으로 물들입니다. 그 광경은 ‘오로라’라는 관광 자원으로 상품화되는 한편, 어둠과 해양 생물, 그리고 섬들의 정치적 상상력을 교란합니다.
그 모순이 제 작품의 중심에 있습니다. 환경 훼손이 유통될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순간, 혹은 지정학이 추상적인 지도이기를 멈추고 동물과 해안선, 인간의 신체에 내려앉는 순간에 관심이 있습니다.

유머 역시 중요합니다. 아티스트가 권력의 부조리 바깥에 서 있는 척하지 않으면서도 권력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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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g-Ching “Casper” Su

Q3. 작품은 어떻게 탄생하나요? 직관과 우연, 현장에서의 판단 등 창작의 이면이 궁금합니다.

저는 대개 하나의 리서치 질문을 품고 현장으로 향하지만, 완전히 다른 대상을 가지고 돌아오곤 합니다. 프로젝트는 위성 이미지, 정책 문서, 뉴스 기사, 인터뷰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나가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투성이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영화처럼 극적이지 않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날씨를 잘못 예측하고, 배를 놓치고, 처음 읽었던 기사만큼 인상적이지 않은 사진을 들고 돌아올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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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g-Ching “Casper” Su

그럼에도 때로는 뜻밖의 만남이 작품의 방향을 크게 바꾸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하게 가지고 돌아온 것, 사진 가장자리에 우연히 찍힌 동물, 누군가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그런 작은 사건이 작품 전체를 재구성하는 계기가 됩니다. 무언가 일어난 순간에는 재빨리 촬영하고, 그 의미는 나중에 시간을 들여 생각합니다.

한 장의 사진이 영상이나 라이트박스, 수북이 쌓인 열쇠고리, 혹은 렉처에서 사용하는 증거로 변해가기도 합니다. 리서치는 제가 현장으로 향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직관은 현장이 기획서대로 흘러가지 않았을 때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4. 표현 활동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를 움직이는 것은 호기심과 좌절감, 그리고 현실이 먼저 메타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감각입니다. 저는 피해가 ‘진보’, ‘안전’, ‘오락’, ‘편의’ 같은 말로 치환되는 장면을 수없이 마주해 왔습니다. 그런 언어의 바꿔치기를 알아차리면 그대로 지나칠 수 없습니다.

또한 리서치만으로는 사물이 지나치게 깔끔하게 정리될 때가 있습니다. 정책 보고서는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반면 작품은 모순을 성급하게 봉합하지 않고, 사람들이 그것을 감각할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작품을 무겁고 엄숙하게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제게 유머는 매우 중요한 에너지입니다. 세계는 너무나 부조리해서 정책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습니다. 냉소주의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영리한 태도는 아닙니다.
작품을 만드는 일은 무감각해지지 않은 채 비평적 태도를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동시에 제 입장이 지닌 한계까지 포함해 계속 놀라움을 느끼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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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g-Ching “Casper” Su

Q5. 가장 아끼는 작품 한 점을 보여주세요. 그 작품에 담긴 이야기와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제가 거듭 되돌아보는 작품 중 하나는 마쭈 열도의 다추섬에서 촬영한 《In the Limelight》입니다.
저는 바다 건너편에서 보이는 오징어잡이 어선의 녹색 빛을 촬영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사진이 주는 인상만큼 신비롭지 않았습니다. 어둠 속에 서서 그 빛이 애초에 사진에 담기기는 할지 알 수 없는 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꽃사슴 한 마리가 빛 속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배가 움직이고 빛도 끊임없이 변하는 가운데, 그 동물이 제게 허락한 기회는 불과 몇 컷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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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g-Ching “Casper” Su

이 사진에는 프로젝트 전체의 주제가 하나의 만남으로 응축되어 있습니다. 녹색 빛은 정치적 긴장을 품은 바다를 건너 섬에 닿고, 비인간 존재의 몸 위로 떨어집니다.
사진으로서는 아름답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 아름다움을 쉽사리 온전히 믿을 수 없습니다. 지금도 그 사슴이 목격자였는지, 연기자였는지, 아니면 어둠 속에 서 있는 불안해 보이는 사진가를 그저 신기하게 바라본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Q6. AI 시대에 사진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나요?

AI로 인해 사진의 ‘진실’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AI는 우리가 사진의 진실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게 해주던 핑계를 걷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본래 완전히 중립적인 증거가 아닙니다. 무엇을 찍을지, 어떻게 프레이밍할지, 어떤 언어를 덧붙일지, 어디에서 유통할지, 그리고 어떤 제도나 미디어에 의해 신뢰를 얻을지. 사진은 언제나 그러한 수많은 판단이 축적된 결과로 성립해 왔습니다.

따라서 지금 제게 사진이 중요한 이유는 무언가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자동으로 증명해 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이미지는 이 장치로, 이 장소에서, 이 조건 아래, 이 목적을 위해 제작되었다’고 밝힐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사진은 그 배경과 책임의 소재까지 함께 이야기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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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g-Ching “Casper” Su

앞으로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은 진짜인가?’만이 아닙니다. ‘누가 만들었는가’, ‘어떤 시스템이 확산시켰는가’, ‘누가 책임지는가’ 역시 똑같이 중요합니다.
픽션에도 힘이 있고, 증거 역시 조작될 수 있습니다. 위험한 것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인 것처럼 소리 없이 제시될 때입니다.

Q7. 미국 사진계에서 ‘중요하다’고 느끼는 움직임이나 커뮤니티는 무엇인가요?

현재 미국 사진계에서 제가 주목하는 것은 화려한 유행이 아니라 더욱 조용한 변화입니다. 짧은 주기로 작품을 계속 발표하기보다 하나의 주제에 오랜 시간을 들여 마주하고, 하나의 작업군으로 심화해 가는 움직임입니다.
예를 들어 PhotoWork Foundation은 자신들의 활동 영역을 ‘포스트 다큐멘터리’라고 부릅니다. 현실 세계와의 연결을 중시하면서도 사진가 자신의 시선과 친밀성, 구성된 표현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작업입니다. 이 재단의 펠로십은 멘토십과 그랜트, 포토북 제작 지원을 결합해 사진가가 시간을 들여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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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g-Ching “Casper” Su

투손의 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에서도 이와 같은 태도를 느낍니다. 그곳에는 완성된 프린트뿐 아니라 콘택트 시트, 편지, 메모 등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망설임과 시행착오의 흔적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펠로십을 통해 아티스트와 연구자들이 그러한 자료를 비평적이고 학제적으로 해석하도록 장려합니다.

즉 한쪽은 앞으로 탄생할 작품에 시간과 지원을 투자하고, 다른 한쪽은 과거의 작품이 탄생한 복잡한 과정을 계속 보존합니다. 두 곳 모두 사진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성장하고 해석되어 가는 것으로 다룬다고 생각합니다.

Q8. 다른 나라의 사진계나 크리에이터에게 관심을 느끼거나 영감을 받기도 하나요?

저는 영향을 국가별로 구분하는 데 그다지 능숙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아티스트처럼 행동하는 것 역시 잘하지 못합니다. Wolfgang Tillmans는 한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였지만, 저는 그만큼 자발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다음에는 Hiroshi Sugimoto에게 매료되었지만, 제가 그토록 엄격한 규율을 지키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에서는 Matthew Connors를, 개념적인 측면에서는 Taryn Simon을, 대담함에서는 Trevor Paglen을 거듭 돌아봅니다. 이들은 저마다 제가 조금씩 다른 아티스트가 되고 싶게 만듭니다. 대개 20분 정도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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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g-Ching “Casper” Su

솔직히 말해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Rodney Graham의 경쾌함입니다. 개념적으로 정교하면서도 부조리하고 관대한 작품을 만들되, 관객에게 리서치의 모든 무게를 짊어지게 하지 않는 힘 말입니다. 저는 수년 동안 어선단과 국경, 환경 훼손을 추적해 왔습니다.
언젠가는 그저 방 안으로 들어와 농담 한마디를 던지고 그대로 그곳에 남는 듯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Q9. 평생을 걸고 추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둠에 대한 권리’를 추구하는 데 제 삶을 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둠은 흔히 아무것도 없는 장소나 위험한 것, 혹은 진보를 방해하는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그러나 제게 어둠은 훨씬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환경이자 모두가 공유하는 자원이며, 때로는 정치적인 피난처가 되기도 합니다. 동물이 이동하고, 사람이 쉬고, 별이 계속 보이며, 어떤 장소가 끊임없이 감시되지 않은 채 존재하려면 어둠이 필요합니다.

제 작업은 인공적인 빛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 상태로 남는 것’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조명되지 않는 것. 식별되지 않는 것. 효율화나 최적화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 콘텐츠로 소비되지 않는 것. 이는 현대의 모든 불을 끄고 싶다는 향수 어린 바람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세계는 어디까지 가시화를 견딜 수 있는가. 저는 그 한계를 계속해서 사유하고 있습니다.

‘The darkness is the key, but humans locked it up(어둠이야말로 열쇠이지만, 인간은 그것을 가두어 버렸다)’이라는 문장은 한 프로젝트의 구절로 탄생했습니다. 아마 저는 남은 생애를 걸고 그 의미를 이해하려 할 것입니다.

Q10.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에게 지금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려주세요.

언뜻 터무니없어 보이는 질문일수록 진지하게 다루세요. 너무 사소하고, 너무 이상하고, 조금은 부끄럽다고 느껴지는 질문이야말로 어쩌면 진정으로 자신만의 질문일 수 있습니다. 기술은 배울 수 있고 스타일은 금세 모방됩니다. 하지만 하나의 대상에 오랫동안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는 쉽게 대체되지 않습니다.

이미지만으로 끝내지 말고 그 문제 곁에 오래 머무르세요. 필드워크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입장이 흔들리는 것을 받아들이세요. 타인과의 만남으로 프로젝트가 변화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작품이 지나치게 옳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보인다면 현실이 그것을 뒤흔들도록 두세요. 창작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불안정한 시대와 시스템 속에서 작업합니다. 그렇기에 확신은 무척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호기심은 더 느리고 화려하지 않더라도 오래 지속되는 힘을 지닙니다. 세계는 대개 기획서보다 훨씬 기묘합니다. 세계가 답을 돌려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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