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시선으로 사진 표현을 탐구하는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창작의 출발점과 철학, 제작 과정을 깊이 들여다보며 전 세계 포토그래퍼와 사진 미디어에 새로운 영감을 전합니다.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이자 디렉터 Ben Fraternale의 창작이 시작된 지점, 그리고 그가 소중히 여기는 철학과 관점. 이를 오늘의 언어로 아카이빙해 남기는 일은 앞으로의 사진 문화를 지탱하는 한 축이 될 것입니다.
이번 ‘10가지 질문’을 통해 그의 표현이 하나의 작품으로 구현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봅니다.

Ben Fraternale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이자 디렉터. 십 대 시절 아레나 풋볼 리그 취재를 계기로 사진을 시작했으며, 미국 전역에 중계되는 경기에서 프레스 자격으로 촬영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폴라로이드를 주요 매체로 삼아 사라져가는 미국의 풍경과 미드센추리 낙관주의의 흔적을 좇으며, 수차례의 로드 트립을 통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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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현재의 활동에 대해 들려주세요.
제가 사진을 시작한 것은 필요에 의해서였습니다.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거든요.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카메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가족들이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흥미를 잃으면서 우리의 삶을 기록하는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가족의 존재와 관련된 어떤 것도 사진으로 남아 있지 않았죠. 그 공백을 깨달았을 때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었고, 제가 가족의 사진 기록을 맡게 되었습니다.

©︎ Ben Fraternale
또 하나는 십 대 시절 시작한 아레나 풋볼 리그 취재였습니다. 직접 웹사이트와 영상,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개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려면 사진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 전역에 중계되는 경기의 프레스 패스를 받아 촬영했던 경험은 이미지 제작과 영상 프로덕션, 디자인 등 지금도 활용하는 수많은 기술을 익히게 해준 ‘작은 영화학교’와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Q2.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나 주제는 무엇인가요?
사진을 시작한 계기가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지는 삶’에 대한 감각이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 그 주제가 제 작업 전반에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습니다.
제 작품 대부분은 조금씩 사라져가는 미국의 풍경, 그리고 한때 도시의 도로와 간판, 평범한 일상 곳곳에 넘쳐났던 미드센추리 낙관주의의 흔적을 아직 남아 있을 때 사진으로 붙잡아두려는 마음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그런 장소를 찾아 긴 로드 트립을 거듭하며 시대 속에 고립된 미학의 파편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 Ben Fraternale
세월이 흐르면서 제가 촬영했던 많은 장소가 모습을 바꾸거나 사라졌습니다. 그렇기에 이 사진들은 아카이브로서의 무게를 지니며, 한데 모였을 때 하나의 거대한 시각적 서사를 들려준다고 생각합니다.
Q3. 작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나요? 직관과 우연, 현장에서의 판단 등 창작의 이면이 궁금합니다.
디렉터와 포토그래퍼라는 두 가지 일을 하며 세계 곳곳을 다니기 때문에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변방이나 묘한 매력을 지닌 장소를 탐색할 기회를 얻습니다.
제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은 렌터카의 운전대를 잡고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의 도로를 달리다가, 잃어버린 미의식의 파편이 여전히 숨 쉬는 마을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 Ben Fraternale
물론 사전 계획은 철저하게 세웁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특유의 ‘우연’이 있어요. 몇 시간 동안, 때로는 별다른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길도 계속 나아가며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꼭 맞는 무언가와 마주하기를 바라면서 탐색을 이어갑니다.
Q4. 계속해서 표현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삶 자체가 덧없는 것이기에, 제게 사진은, 특히 아날로그 사진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습니다.
제가 찾아다니는 수많은 피사체와 마찬가지로 저 역시 언젠가는 사라질 것입니다. 그 자각은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만큼이나 저를 움직이는 힘이 됩니다. 후대에 남길 수 있는 기록을 만들고 싶습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폴라로이드라는 형태로 물리적인 기록을 하나씩 쌓아갑니다.
200년 뒤에 누군가 사진을 찾기 위해 하드 드라이브를 일일이 열어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촬영한 폴라로이드가 가득 담긴 상자를 우연히 집어 들어 한 장씩 넘겨보는 사람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한 사람이 삶을 살아냈다는 증거이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품이 될 것입니다.
Q5. 가장 좋아하는 작품 한 점을 보여주세요. 그 작품에 담긴 이야기와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촬영한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한 점은 《The Leaning Tree》입니다. 무척 단순한 이미지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빛에 감싸인, 어쩌면 제 작업답지 않은 사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나무는 유일무이하고, 어딘가 깊은 정서를 품고 있습니다. 공원을 여러 번 찾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매번 같은 이 나무에게 돌아오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 Ben Fraternale
늘 그 자리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제가 추구하는 주제와 겹쳐 보입니다. 이 나무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입니다. 미국의 작은 마을에 늘어선 건축물이나 인간의 손으로 조성된 풍경처럼요.
하지만 아주 잠시 동안만큼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폴라로이드로 촬영합니다.
Q6. AI 시대에 사진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나요?
AI는 이미지 제작에서 진실을 빼앗았고, ‘이미지’라는 개념을 사진 그 자체로부터 분리해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저는 폴라로이드에서 더욱 강력한 의미를 발견합니다. 폴라로이드는 거짓 이미지가 초래하는 해악에 대한 해독제와도 같으며, 진짜이면서 재현할 수 없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을 만드는 하나의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Q7. 미국 사진계에서 중요하다고 느끼는 움직임이나 커뮤니티가 있나요?
미국은 매우 광대하고 인터넷이 모든 것에 발언의 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사진계 역시 언뜻 무질서해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날로그라는 세계에서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오직 필름 사진을, 더 나아가 폴라로이드만을 지원하는 기반 단체가 여럿 존재하며, 서부 해안에서 동부 해안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커뮤니티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더욱 니치한 폴라로이드 커뮤니티는 특히 강한 결속력을 지니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 포맷 자체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가 부활한 것이 불과 18년 전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역사가 있기에 이 움직임에는 풀뿌리 정신이 살아 있으며, 동시에 하나의 작은 산업 전체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 크게 성장했습니다.
폴라로이드에 매료된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제가 이 나라 어디를 여행하든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아무리 기묘한 뒷길에서 헤매더라도 폴라로이드 SX-70만 가지고 있다면 기꺼이 소파를 내어줄 누군가가 있습니다. 그것이 제 마음을 지탱해줍니다.

©︎ Ben Fraternale
Q8. 다른 나라의 사진계나 크리에이터에게 관심이나 자극을 받기도 하나요?
최근에는 중국에 한동안 머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진 촬영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나라에서 이제 막 꽃피려는 사진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문화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미국과 크게 다른 중국에서 폴라로이드에 대한 관심이 단숨에 확산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진심으로 놀랐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지구 어디에 있든 인터넷이 일상이 되고 기술이 매일의 삶을 점점 더 비물질적인 것으로 만들어간다면, 누구나 잠시 숨을 돌릴 틈을 원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만질 수 있는 것, 느린 것, 진짜인 것과 자신을 이어주는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현대의 삶에는 그러한 갈망을 채워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 Ben Fraternale
아무리 독자적으로 발전해온 문화라 해도 가차 없이 진행되는 디지털화의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휴식을 갈망하는 마음은 인간에게 본래 내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9. 평생을 바쳐 추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나이가 들고 십 년이라는 단위로 삶을 되돌아보게 되면서, 제 삶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보존’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영화를 통한 스토리텔링이든, 사진이든, 예술 그 자체이든 마찬가지입니다. 현재가 과거 속으로 희미해져 가는 가운데, 제 방식대로 삶의 한 장면을 포착해 남기고 싶다는 끝없는 충동이 저를 움직입니다.
Q10.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에게 지금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언어도, 정부도, 전쟁도 우리가 서로 연결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인간의 본질이 매우 아름답다고 믿습니다. 다만 정치와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이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너무 자주 흐리게 합니다. 우리가 날마다 믿도록 강요받는 것과 달리 인간의 현실은 훨씬 더 다정합니다. 저는 그것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예술을 통한다면 우리를 위에서 위협하는 힘이 존재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연결을 계속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